어느덧 오십 두 살이 되었다.
이것도 만으로 세는 나이고, 한국 나이로 하면 오십 네 살이다.
하~~.... 내가 벌써 오십 줄.
이십여 년을 일해 온 직종에서는
이제 은퇴를 하였고
나는 이제 새로운 세상에 던져졌다.
이십 대부터 지금까지
이것저것 다양한 일을 해 왔지만
오십 이후의 나의 삶에는 아무 방향성도, 지침서도 되지 않았다.
작년 겨울,
대한민국 웬만한 여자, 아줌마들은 다 딴다는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땄다.
처음 시작할 때는
실제 현장에서 일할 자신이 있었던 건 아니고
병환에 계시는 아버지, 팔순이 훌쩍 넘어간 어머니를
더 잘 돌보아 드리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시작한 일이었다.
요양보호사 세계에서
간호조무사라는 직업을 알게 되었다.
요양보호사 양성 학원은 인터넷에 검색하면 수도 없이 많이 나오고
국비 지원도 받을 수 있어서
부담 없이 시작해 볼 수 있다.
요양보호사 자격증은 길게 봐야
기간도 두 달 안에 모든 것이 끝난다.
고용24 홈페이지 _ 국민내일배움카드 _ 훈련찾기 신청
간호조무사는 거의 1년 과정이라
시작하기 부담스러울 수 있고, 중도에 포기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지만,
자격증 시험 자체가 어렵거나 자격증 취득이 어렵지는 않다.
스물세 살 때부터 여러 가지 일을 했다.
대학 졸업하자마자 전공과 관련해서 호텔리어로 5년,
그리고 결혼, 출산과 함께 퇴직하고 3년은 집에서 육아와 가사에만 전념했다.
집에서 아이를 돌보고 집안일을 하며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이
나에게는 쉽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만큼 좋았던 시절도 없었다 싶지만
그때는 그게 좋은 줄 몰랐다.
나만 세상에서 뒤쳐지는 것 같았고, 함께 대화를 나누고
일상을 재미있게 꾸려갈 친구도, 지혜도 없었던 것 같다.
어떻게든 발버둥을 쳐 다시 취업을 했다.
외국계 항공사에서 근무하고 잠시 몇 년 외국에 나가 있기도 했다.
한국에 돌아와 일반 회사에 취업해 무역 관련 일을 오래 했다.
그러다 코로나와 나의 많은 나이가 겹치면서
원래 나의 계획보다 몇 년 일찍 퇴직하게 되었다.
다른 중소기업 몇 군데에서 연락이 왔지만
가고 싶지 않았다.
회사 생활도 지겨웠고,
아침부터 줄줄이 이어지는 업무 미팅도
의미 없이 느껴졌고, 매달 나가는 해외 출장도 소모성이라는
생각이 가득했다.
몇 년 더 고연봉을 받을 수 있는데도
거절하고,
최저시급 밖에 받지 못하는 요양보호사, 간호조무사를 선택하며
자발적 은퇴를 생각보다 일찍 하게 되었다.
요양보호사, 간호조무사 양성 기관과 학원을 알아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이름만 대면 우리나라 사람 모두 다 아는 대기업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업계에서는 유명한 기업에서 일을 했고,
과장, 차장이니, 팀장이니 하며 명함도 있었는데,
해외 출장을 다니면서 기본 외국어는 할 줄 아는데,
회사에서 필요한 기본 컴퓨터 프로그램은 다룰 줄 아는데,
오십이 넘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이제 이거밖에 없나?
내가 너무 정보가 없는 게 아닐까? 내가 너무 우물 안 개구리였나?
내가 너무 단순한 최저 시급 직종에 안주하려고 하는 건가?
밑도 끝도 없는 생각에
몇 달을 밤잠 설쳤지만 시간은 지나고 무심하게 세월은 흘렀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약간의 번아웃과 또 약간의 우울증이
함께 겹쳐 왔던 시기였던 것 같다.
요양보호사 실습을 나가고
자격증을 따고, 요양원에서 근무도 해 보고
나이트 근무 하다 쉬는 시간에 휴게실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며 심란했다.
결국 이건가?
결국 내 인생의 후반부는 남들이 하기 꺼려하는
치매 노인을 돌보고 그들의 배변 기저귀를 갈아 주는
최저시급 받는
요양보호사인가?
그런데 희한하게도
하루하루 요양원에서 근무를 하면서는
생각보다 재미있고 때론 보람되기도 하고
어르신들과 함께 생활 하며 시간이 잘 갔다.
매일 만나는 어르신들과 정도 들고
처음에는 힘들었던 냄새, 배변 기저귀도, 어르신들 목욕도
아무렇지 않았다.
거의 대부분 치매가 있으신 어르신들이지만
나누는 대화 속에, 행동 속에서
예전 그분들의 인생이 엿보일때는
인생의 무게앞에서 코끝이 찡힐때도 종종 있었다.
급여만 좀 더 괜찮으면, 최저 시급이 아니라
일반 회사처럼, 어느 정도 생활 할 수 있는 수준이 되고
승진도 되고 연봉도 오르고 한다면
정말 괜찮은 직업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문제는
현재의 시스템과 현실에서는
발전성이 없다는 것이었다.
나 자신의 개인 발전도 없고, 업무의 경험도나 스킬의 발전도 없고
월급의 발전도 없다.
그러던 중, 잘 대해 주시던 간호조무사 선생님과
대화를 나눌 기회가 생겼다.
[다음 이야기는 곧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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